발효음식

세계 각국의 발효음식 문화, 왜 사람들은 썩힌 음식을 먹을까?

addream 2025. 7. 12. 17:06

‘썩은 음식’이라는 표현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발효음식은 오히려 ‘썩은 음식’이라는 오해를 뒤집는 중요한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낫토, 김치, 템페, 자우어크라우트, 케피어처럼 발효 과정을 거친 식품은 이제 건강식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그 나라의 역사와 생활방식을 반영하는 문화유산으로까지 인정받고 있습니다.
왜 사람들은 썩힌 음식에 끌릴까요? 이 글에서는 ‘발효’라는 인류 최대의 조리법이 어떻게 탄생하고, 각 나라에서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그 매력을 과학과 문화의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발효음식 문화, 왜 사람들은 썩힌 음식을 먹을까

 

 

 ‘썩힘’과 ‘발효’는 무엇이 다른가?

일반적으로 썩은 음식은 부패(bacterial spoilage)로 인해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 음식입니다. 반면 발효는 인간이 특정 미생물의 작용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맛과 영양, 저장성을 향상는 과정입니다. 발효는 부패와 달리 식품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고, 때로는 독특한 풍미와 건강효과까지 부여합니다.

 

예: 우유가 자연스럽게 상하면 부패지만, 락토바실러스균을 이용해 발효시키면 요구르트가 됩니다.

 

왜 인류는 음식을 일부러 ‘썩히기’ 시작했을까?

생존의 지혜에서 시작된 발효

발효는 사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대의 생존 전략에서 시작됐습니다. 음식을 오래 보관해야 했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특정 미생물이 유리한 환경에서 증식하고, 그 결과 저장성이 좋아진 음식이 만들어졌습니다.

단순 보존을 넘는 진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는 단순한 저장 기술을 넘어 문화적 정체성풍미 창조의 영역으로 확장됩니다. 이 과정에서 각 나라는 자신들만의 발효음식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나라별 발효음식 문화 소개

 

🇰🇷 한국: 김치, 된장, 청국장

한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다양한 발효음식을 가진 나라 중 하나입니다.
김치는 대표적인 젖산발효 음식으로, 소금과 고춧가루, 마늘 등 다양한 재료와 미생물이 결합해 복합적인 풍미를 만들어냅니다.

🇯🇵 일본: 낫토, 된장, 누카즈케

일본의 낫토는 끈적한 식감과 냄새로 유명하지만, 비타민 K와 낫토키나아제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풍부합니다. 쌀겨에 채소를 절여 만든 누카즈케도 독특한 전통입니다.

🇩🇪 독일: 자우어크라우트

양배추를 젖산 발효시켜 만든 자우어크라우트는 독일을 대표하는 발효음식입니다. 소화에 좋은 유산균이 풍부하며, 돼지고기 요리와 함께 자주 곁들여집니다.

🇮🇩 인도네시아: 템페

인도네시아에서 유래된 템페는 삶은 콩을 발효시킨 식물성 단백질 식품으로, 고기 대체제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러시아: 케피어

케피어는 발효유의 일종으로, 다양한 효모와 박테리아가 공존하여 장 건강에 탁월한 효과를 줍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널리 소비됩니다.

 

발효음식의 건강 효과

  • 장 건강 개선: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는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향상시킵니다.
  • 영양소 증가: 비타민 B군, 아미노산, 항산화물질 증가
  • 항균 효과: 발효 과정 중 생성되는 산과 알코올은 병원균 억제에 도움

김치를 꾸준히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내 유익균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도 있습니다.

 

왜 냄새가 고약한 발효음식도 사랑받을까?*

 

발효는 때때로 냄새와 외관 면에서 호불호를 강하게 자극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특정 발효 향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그것을 ‘풍미’로 인식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블루치즈,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 중국의 취두부는 모두 강한 냄새를 지녔지만, 그 맛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중독성 있는 고급 음식으로 여겨집니다.

 

 

현대에서 발효음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산업화와 가공식품의 범람으로 인해 사람들은 오히려 자연에 가까운 음식,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진 식품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발효음식’입니다.

현대인들은 장 건강, 면역력 강화, 소화 효율 등 건강 관련 이슈에 민감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김치, 요거트, 템페, 케피어 등은 슈퍼푸드로 소개되며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습니다. 실제로 유럽, 미국의 자연주의 식품 브랜드들은 ‘전통 발효’, ‘자연 숙성’, ‘무첨가’라는 키워드를 강조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건 열풍과 식물성 식단의 확대에 따라, 동물성 단백질 대체재로 발효식품이 주목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인도네시아의 템페, 미얀마의 페(fermented beans), 아프리카의 오기리(fermented seed paste) 등은 고기 없이도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는 훌륭한 식재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발효음식은 미래 식량이 될 수 있을까?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이미 여러 차례 보고서에서 ‘전통 발효식품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저비용 생산 가능: 자연적인 발효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음
  • 보존성 우수: 냉장 없이도 장기 저장 가능
  • 지역 재료 활용: 현지 곡물, 콩, 채소 등을 활용한 맞춤형 생산 가능
  • 영양 가치 향상: 단순 식재료보다 더 많은 영양소 함유

예를 들어, 템페는 대두 단백질의 흡수율을 높여주며, 자우어크라우트는 비타민 C 손실을 줄이고 유산균을 공급합니다. 이러한 기능성은 기후 위기와 식량 불균형 문제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발효기술은 단순한 ‘전통 기술’이 아닌, 고기 없는 미래, 장내 미생물 기반 개인 맞춤형 식단을 위한 핵심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타트업들이 전통 발효 기술을 현대화한 ‘정밀 발효’(Precision Fermentation) 기술에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썩힘의 미학, 발효의 힘

 

처음엔 단순히 음식이 썩지 않게 하려는 지혜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의 발효음식은 문화, 과학, 건강, 지속가능성을 모두 품은 복합 콘텐츠입니다.

사람들은 단순히 썩힌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자연의 질서와 인간의 지혜가 결합된 숙성의 결과물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발효는 자연에 대한 순응이자 도전이며, 인간이 음식을 바라보는 태도의 정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계 각국의 발효음식은 앞으로도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유산이자 미래의 식량 대안으로서 그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