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음식

유럽의 전통 발효음식, 치즈 말고 또 뭐가 있을까?

addream 2025. 7. 30. 22:07

 

 

전통 발효음식

 

유럽의 발효 문화, 치즈에 가려진 숨은 보물들

 

‘유럽의 발효음식’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즈를 먼저 떠올린다. 체다, 브리, 파르미지아노, 고르곤졸라 등 수백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치즈가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고 있고, 전통도 깊다. 그러나 유럽의 발효 문화는 치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치즈 외에도 놀라운 발효음식들이 유럽 전통 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각 지역의 기후, 역사, 종교적 배경에 따라 독특하게 발전해 왔다.

이러한 발효음식들은 단순히 음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어떤 것은 전통적인 장수 비결로 여겨지고, 어떤 것은 제의(祭儀)나 축제에 사용되며, 또 어떤 것은 지역 정체성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유럽의 다양한 발효음식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으며, 일부는 시간이 지나며 잊혀지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각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치즈 외의 독특한 전통 발효음식들을 소개하려 한다. 미식가나 여행자뿐만 아니라, 발효음식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가 될 것이다. 유럽의 식탁 속 숨겨진 발효 보물들을 함께 탐험해 보자.

 

독일 – 자우어크라우트 (Sauerkraut)

독일의 전통 발효음식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자우어크라우트다. 자우어크라우트는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젖산 발효시킨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김치와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는다.

어떤 음식인가?

자우어크라우트는 양배추를 채 썰어 소금에 절이고 자연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유산균이 풍부하다.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C가 많아 면역력 강화에 좋고, 장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어떻게 먹을까?

    독일식 소시지와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샌드위치, 핫도그에 넣거나 따뜻하게 데워서 곁들일 수도 있다.

흥미로운 점

자우어크라우트는 18세기부터 선원들의 괴혈병 예방 식품으로도 활용되었으며, 유럽을 넘어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갔다. 특히 발효학자들에게는 ‘서양의 김치’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아이슬란드 – 하우카르틀 (Hákarl)

아이슬란드의 하우카르틀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발효음식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바로 ‘상어 고기’를 자연적으로 부패시키고 발효시킨 음식이다.

어떤 음식인가?

하우카르틀은 그린란드 상어 또는 뱀상어의 고기를 땅속에 묻어 수개월 동안 발효시킨 후, 바람에 말려 완성하는 전통음식이다. 이 고기는 살아있을 때 독성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발효를 통해 독성을 제거해야만 먹을 수 있다.

맛과 향

하우카르틀은 암모니아 냄새가 매우 강하며, 풍미는 일종의 ‘치명적인 숙성 생선’에 가깝다. 입에 넣는 순간 강한 향과 씁쓸한 맛이 퍼지며,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도전적인 음식이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

하우카르틀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아이슬란드의 생존과 독립의 상징이다.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으로, 지금도 전통 명절인 ‘ 토르라블롯 ’(Þorrablót)에 즐겨 먹는다.

 

이탈리아 – 가룸(Garum)

로마 제국의 번영 속에서 발전한 가룸은 고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발효 조미료다. 고대 로마인들은 이 액체 발효 소스를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했으며, 그 맛은 현대의 액젓이나 멸치젓에 가깝다.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가르움은 생선(특히 정어리, 멸치 등)과 소금을 섞어 항아리 안에 장기간 발효시킨 후 걸러서 만든 액체이다. 로마 시대에는 각 가정마다 가룸을 보관하고 있었으며, 부유한 집일수록 고급 가룸을 수입해 사용했다.

오늘날엔?

오늘날 전통적인 방식의 가룸은 거의 사라졌지만, 일부 남부 이탈리아 지역과 스페인의 해안 도시에서는 복원 프로젝트나 고급 요리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

고대 로마 시절에는 가룸이 ‘황금보다 비싸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발효음식이 단지 생존 식품이 아닌, 계급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핀란드 – 빌리(Viili)

빌리는 핀란드에서 오랜 세월 동안 먹어온 전통 발효유 제품이다. 요거트와 비슷하지만, 텍스처와 발효 방식이 독특하다.

어떤 음식인가?

빌리는 우유를 락토바실러스와 곰팡이균으로 동시에 발효시킨 제품으로, 끈적한 실처럼 늘어나는 질감이 특징이다. 차가운 상태로 그대로 먹기도 하고, 과일이나 꿀을 섞어서 디저트처럼 즐기기도 한다.

건강 효과

장 건강에 매우 좋은 프로바이오틱스가 풍부하며, 특히 저온 발효 방식으로 만들어져 소화에 부담이 없다.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한 편이다.

핀란드 식문화에서의 역할

빌리는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자주 먹으며, 핀란드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유럽 내에서도 핀란드의 발효 식문화는 비교적 덜 알려져 있어, 매우 독창적이다.

 

러시아 – 크바스(Kvass)

크바스는 러시아와 동유럽 지역에서 인기 있는 전통 발효 음료로, 빵을 발효시켜 만든다. 맥주처럼 보이지만, 알코올 함량은 거의 없는 독특한 음료다.

어떻게 만드는가?

통밀 또는 호밀 빵을 구워 잘게 부순 후, 따뜻한 물에 담가 발효시킨다. 설탕, 효모, 때로는 허브나 과일을 함께 넣기도 한다. 며칠간의 발효를 거쳐 약간의 탄산감과 신맛이 있는 음료가 완성된다.

맛과 용도

크바스는 시원하고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여름철 해갈 음료로 인기가 높다. 요리에도 사용되며, 대표적으로 냉국 요리인 옥로쉬카(Okroshka)의 육수로 활용된다.

현대적인 재해석

최근에는 다양한 크바스 브랜드가 생겨났고, 무알콜 건강 음료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비건, 내추럴 식품 시장에서 유럽의 전통 발효음료로 다시 조명받고 있다.

 

 

간단 요약

      국가                       발효음식                        주요 특징

 

독일 자우어크라우트 양배추 발효, 유산균 풍부, 면역력 강화
아이슬란드 하우카르틀 상어고기 발효, 강한 냄새, 생존음식
이탈리아 가룸 고대 발효소스, 액젓 비슷, 고급 조미료
핀란드 빌리 끈적한 발효유, 유산균+곰팡이 발효
러시아 크바스 발효 빵 음료, 탄산 있음, 요리에도 활용

 

치즈 너머, 유럽 발효음식의 깊은 세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치즈 외에도, 유럽 전역에는 자연과 인간의 지혜가 결합된 전통 발효음식들이 풍부하게 존재한다. 자우어크라우트처럼 한국 음식과 닮은 음식부터, 하우카르틀처럼 도전정신이 필요한 음식, 그리고 빌리나 크바스처럼 부드럽고 대중적인 발효식품까지, 그 다양성은 실로 놀랍다.

이러한 발효음식들은 단순한 전통이 아니라, 현대인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특히 유산균과 천연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효소는 장 건강, 면역력, 소화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앞으로 우리는 유럽의 다양한 발효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일상 속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냉장고에 치즈만 있다면, 이번 기회에 유럽의 다른 발효음식도 한 번쯤 경험해보자. 당신의 식탁이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