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음식

된장과 치즈, 동서양 발효음식의 공통점과 차이점

addream 2025. 9. 19. 15:31

인류의 식문화는 수천 년 동안 발효라는 과정을 통해 풍요롭게 발전해 왔다. 발효는 단순히 음식을 보존하는 기술을 넘어 새로운 맛과 향, 그리고 건강과 관련된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된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들어낸 대표적인 동양의 발효음식이고, 서양에서 오랜 세월 사랑받아 온 치즈는 우유를 발효시켜 완성한 대표적인 서양의 발효식품이다. 두 음식은 재료도 다르고 제조 방식도 다르지만, 발효라는 공통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놀라운 연결고리를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된장과 치즈를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발효학 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두 음식은 인류가 생존과 영양을 위해 선택한 지혜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된장과 치즈가 지닌 공통점과 차이점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고, 두 음식이 인류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 자리 잡아왔는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된장과 치즈, 동서양 발효음식

 

 

 

1. 발효라는 공통된 지혜

된장과 치즈는 모두 발효라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 발효는 미생물이 원재료 속 영양소를 분해하여 새로운 성분을 만들어내는 자연 현상이다. 한국인들이 콩을 발효시켜 된장을 만든 이유는 단백질을 더 잘 흡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마찬가지로 서양인들이 우유를 발효시켜 치즈를 만든 이유는 쉽게 상할 수 있는 우유를 장기간 보존하고, 동시에 풍미와 영양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이 발효를 통해 얻은 가장 큰 혜택은 바로 보존성 강화와 소화 흡수율 증가다. 생콩이나 생우유는 보존 기간이 짧고 소화 흡수도 쉽지 않다. 그러나 발효 과정이 진행되면 단백질과 지방이 분해되어 인체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아미노산과 유리 지방산으로 변환된다. 이 과정 덕분에 사람들은 장기간 저장 가능한 음식과 더불어 소화가 용이한 식품을 얻을 수 있었다.

 

2. 원재료의 차이

된장은 콩을 주재료로 한다. 콩은 단백질과 식물성 지방이 풍부하여 발효를 거치면 아미노산과 이소플라본이 생성된다. 이 과정은 인체에 이로운 성분을 제공하면서 고유의 구수한 맛을 만들어낸다.
치즈는 우유를 주재료로 한다. 우유는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지방이 풍부하며, 젖산균과 응유효소를 통해 발효와 응고 과정을 거치면서 고체 형태의 치즈가 된다. 치즈는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수많은 종류로 분화하며, 재료와 숙성 조건에 따라 부드러운 치즈, 단단한 치즈, 곰팡이 치즈 등 다양한 결과물을 낳는다.
따라서 된장이 식물성 발효식품이라면, 치즈는 동물성 발효식품이라는 차이가 뚜렷하다.

 

3. 발효에 작용하는 미생물

된장은 주로 곰팡이(Aspergillus oryzae 등), 세균(Bacillus subtilis), 그리고 다양한 토착 미생물들이 함께 작용한다. 이들은 콩의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치즈는 젖산균(Lactobacillus, Streptococcus 등)과 응유효소(렌넷), 그리고 숙성 과정에서 작용하는 곰팡이(페니실리움)나 박테리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치즈의 종류에 따라 특정 미생물이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풍미가 달라진다.
즉, 된장은 주로 곰팡이와 세균이 주도하는 발효라면, 치즈는 젖산균과 효소, 그리고 곰팡이가 결합하는 복합 발효라고 볼 수 있다.

 

4. 영양학적 공통점과 차이점

된장과 치즈 모두 단백질 공급원으로 뛰어나다.

  • 된장은 식물성 단백질과 이소플라본, 사포닌 등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와 콜레스테롤 조절에 도움을 준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펩타이드 성분은 혈압 조절에도 기여한다.
  • 치즈는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 B12가 풍부하여 뼈 건강과 신경 기능 유지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편이어서 과다 섭취 시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두 음식은 모두 단백질을 풍부하게 공급하지만, 된장은 콩에서 기인한 식물성 성분으로 건강에 유리한 측면이 크고, 치즈는 영양이 풍부한 대신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다.

 

5. 문화적 맥락에서의 의미

된장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식문화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된장이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공동체와 계절의 상징이었다. 예로부터 집집마다 장독대에서 된장을 담그는 풍습이 있었고, 이는 가족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와도 연결되었다.
치즈는 서양에서 일상적인 영양 공급원이자 지역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파르메산 치즈, 프랑스의 브리 치즈, 스위스의 에멘탈 치즈 등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6. 맛과 향의 차이

된장은 구수하고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며, 발효 기간에 따라 깊은 풍미와 색깔이 변한다. 숙성이 길어질수록 진한 향과 어두운 색을 띠며, 국이나 찌개,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치즈는 종류에 따라 부드럽고 담백한 맛에서부터 진하고 강한 향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신선한 치즈는 부드럽고 우유 본연의 맛이 강하지만, 숙성 치즈는 날카로운 향과 독특한 풍미를 지닌다.

 

7. 현대적 가치와 글로벌 확산

오늘날 된장과 치즈는 국경을 넘어 세계적인 발효식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된장은 건강식으로서 전 세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으며, 특히 식물성 단백질과 발효식품을 선호하는 채식주의자들에게 매력적인 재료로 떠오르고 있다.
치즈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소비되고 있으며, 고급 레스토랑부터 일상적인 가정식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최근에는 한국 음식과 치즈가 결합하여 된장 치즈 파스타, 치즈 된장찌개 같은 퓨전 요리도 등장하고 있다.

 

8. 공통점과 차이점 정리

구분 공통점 차이점
원재료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 된장: 콩 / 치즈: 우유
영양 단백질이 풍부하고 소화 흡수율을 높임 된장: 식물성 성분 중심 / 치즈: 동물성 영양소 중심
저장성 장기간 보존 가능 된장: 장독대 등 자연 저장 / 치즈: 숙성고, 저온 저장
맛과 향 발효로 인한 독특한 풍미 제공 된장: 구수·짭조름 / 치즈: 담백~강렬, 종류 다양
미생물 발효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 수행 된장: 곰팡이·세균 / 치즈: 젖산균·효소·곰팡이
문화 각 지역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음식 된장: 공동체 의례와 연결 / 치즈: 지역 정체성과 연결

 

결론

된장과 치즈는 동서양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태어났지만, 발효라는 인류의 지혜를 통해 만들어진 형제와도 같은 음식이다. 두 음식은 각각 다른 재료와 미생물을 활용하여 독특한 풍미와 영양적 가치를 지니며, 오늘날에는 전 세계인의 식탁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한국인의 된장과 서양인의 치즈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류의 생존 지혜가 응축된 산물이다. 이처럼 동서양 발효음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미식의 차원을 넘어, 인류 문화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발견하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